3O.DTP CLUB 2회차 응모작. 최후



 

언제나 그렇지만 「최후」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것. 그것은 죽음이라는 형태로 최후를 장식하여 준다. 최후에 가서 죽음으로 정해진 운명은 이미 태어날적부터 생명을 가진이라면 겪게 되는 것.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죽음을 빗겨나가는 사람을 가끔 보곤한다. 그건 운명이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는 변화. 그리고 그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개인이 가진 운이 아닐까?

당신의 부근에는 「최후」의 순간을 눈 앞에 둔 한 사람이 없는가? 당신의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운을 나누어줄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지만 당신도 스스로의 운을 아낄 필요가 있을것이다. 최후의 순간을 벗어나게 해줄 조그만 운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최후」의 순간을 눈 앞에 둔 한 사람이 있다.

황량한 들판.

잡초 하나 없이 먼지만이 쌓여 그 얕은 존재감을 바람에 내맡긴채 주위로 쓸쓸히 번져나간다. 바람에 담긴것은 짙은 피내음. 살점이 떨어져나가 썩어나가는 불쾌한 공기. 주위의 들짐승이 몰려들어 시체를 유린하며 인육을 뜯는 무절제한 편린만이 남아 지옥의 마계를 형성하고 있다.

시체. 보잘것없는 고깃덩어리. 생전에는 육신에 깃든 영혼으로 찬란한 빛을 발하며 생명력을 태우던 시체들은 모두 주인을 잃고 넓은 황야에 아무렇게나 던져저 방치된다. 방치된 물건을 주워가는 습성을 지닌 아류들은 그 자만심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포만감에 겨워한다.

「지익, 지이이익. 콰직. 털썩」

살점 물어뜯는 소리. 시체의 남은 팔을 물고 잘 안떨어지는듯 잡아 끄는 소리. 떨어져나온 대퇴골의 살점을 모두 집어삼킨채 남은 뼈의 체액이라도 빨아볼 생각인지 갈듯한 이빨소리. 안면이 사나운 탐욕에 집어져 들어올려졌다가 사정없이 내팽겨치는 소리. 이곳에는 시체가 있다.

시체가 있다.

한발짝, 시체가 있다. 양팔은 베어져 두다리만이 남아 팔을 대신하듯 만세를 취하는 형상.

두발짝, 시체가 있다. 양 겨드랑이에 체모가 솟아오른듯 화살깃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세발짝, 시체가 있다. 머리에는 아직 빼다 만 커다란 도끼가 닭의 벼슬처럼 자랑스레 박혀져 있다. 터져나간 머리에서는 눈알이 아직 시신경에 연결된채 끓어지지 않은 탯줄과도 같이 모체와의 연결을 유지한다.

시체다. 몇발자국을 걸어도 온통 황야에는 죽음만이 가득하다.

주위는 온통 시체덩어리. 누구 하나쯤은 이 광경에 슬픔이란 감정을 흘리며 인도적인 차원에서 시체를 훼손할 준비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없다. 모두가 죽어버린 이 황야에는 그늘진 곳 하나 없이 따가운 햇살에 썩어들어가는 것들뿐. 그런 것은 여기에 없다.

썩은 물.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 떨어져나간 사체에서 베어있는 진물. 터져나간 머리에서 쏟아진 하얀 뇌수. 갈라져버린 내장에서는 아직 소화가 덜 된 음식이 위액에 녹아 괴이한 형체를 지닌체 버려져 있다. 그리고 온갖 오물이 뒤섞여 하나의 작은 시내를 형성한다. 시내는 곧 내를 이루며 낮은 지형으로 먼지와 원념과 뒤섞인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는 곧 가느다란 강줄기를 이루며 삼도내를 표방하듯 진득히 아래로 떨어져나간다.

죽음. 생자의 기운 하나 없이 오직 처참한 죽음만이 가득한 이 곳.

한 사람.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나약한 존재가 황야에 남아 있다. 모두가 죽어버린, 죽음의 조화가 만개해 있는 이 곳에서도 움직이려는 자가 남아 있다. 거친 전투의 끝에 홀로 살아남은 탓인지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찢겨져 넝마와도 같이 되어있으며 얼굴과 몸에는 날카로운 자상이 몇줄기 선혈을 그리며 문신을 새기듯 그어져 있고, 새로이 돋아난 식물의 줄기와도 같이 등과 어깨에 화살이 박혀있다. 하지만 위험한 급소는 모두 비껴나간듯 살아있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것이나 살아있지 않은 존재가 또 하나 있다. 입고있는 옷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옷. 다만 얼굴은 입고 있는 옷에 맞지 않은 귀티가 흐르는 반듯한 얼굴. 흘러내리는 풍성한 머릿결은 무척 아름다워 여성성을 한껏 강조해주고 있다. 피워오르는 앵두나무의 꽃과도 같이 사랑스러운 입술은 무척 고혹스러웠으며 조금 말랐으나 사슴과도 같이 쭉 뻗은 팔다리는 매력적인 각선미를 담고 있다.

그녀가 등 뒤에 걸치고 있는 것은 거대한 낫. 그녀 자신의 키보다도 큰 대낫을 자연스레 등뒤에 걸치며 입가에 시니컬한 미소를 띄우며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분명 그녀와 그의 만남은 꽤 되었을터. 그리고 그건 일방적인 만남이었을터이다. 그 증거로 여유 있는 모습으로 상대를 내려다보는 시선의 여성과 무릎꿇고 혼이 빠진듯 떨고 있는 남성에는 격상의 차이가 있다. 달칵.

“아아--기회를 한 번 주도록 하지. 난 박애주의자거든.”

잠시 등 뒤의 낫을 돌려세워 피 묻은 날을 사랑스러운 입가에 댄채 속삭이듯 여성이 말한다.

“이, 이 악마!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뭐, 별것 아냐. 단순한 흥미차원이랄까. 나는 네게 게임을 제안하겠어. 자, 여기 주사위가 하나 있어. 홀수면 살고 짝수면 죽는걸로 하지. 물론 나는 사기따윈 치지 않아. 확률은 정확히 50%야. 손해는 없어.”

그녀의 손에서 주사위가 하나 생겼다. 심하게 닳고 헤졌으나 재질은 상아로 된 고급품이다. 남자는 두려운 눈으로 그녀의 손에게 생겨난 하얀 주사위에 시선을 맞춘다. 떨리는 시선. 남자는 말라붙은 목구멍으로 입에 고인 침을 한번 집어삼킨다.

“저, 정말인가? 그럼 홀수만 나오면 날 살려주는건가?”

좀전의 갈라진 목소리보다는 좋은 소리가 남자에게서 흘러나온다. 꽤 좋은 울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있었을듯 하다. 하지만 눈 앞의 여자에게는 남자의 목소리가 미성이든 불협화음에 지나지 않든 아무렇지 않다는 무신경한 말투이다.

“그럼. 아무리 사신이라지만 오늘은 너무 많이 죽였거든. 하나정도는 살려줘야지. 난 격무에 시달리기는 싫다고. 왜? 주사위에 뭔가 장치가 되어 있을것 같아? 야야. 나도 명예가 있지 고작 인간따위에게 사기를 칠 정도로 타락하진 않았다구. 흠. 그냥 맨바닥에 던지긴 좀 그래? 그렇다면 무대를 마련해줘야겠군.”

탁. 그녀가 허공에서 발로 무언가를 잡아채서 집어 끌듯 옮기자 허름한 탁자 하나가 그녀의 발에 걸린채 신기루와도 같이 모습을 드러낸다.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고 생각한 남자의 눈은 튀어나올듯 변한다.

“이, 이 탁자 위에 던져라는 건가? 이 탁자에 뭔가 장치가 되어있는게 아닌가?”

그녀가 싸늘하게 표정을 굳혔다. 쾅. 거칠게 탁자위로 내려쳐지는 그녀의 조그만 주먹.

“인간. 날 귀찮게 하지 마라.”

여자의 주먹이지만 무수히 많은 인간의 목을 마치 성냥개비 부러뜨리듯 잡아 꺾는 모습을 보았기에 남자는 긴장한다. 떨리는 음색의 남자.

“크, 크윽. 하겠다. 하겠어. 분명 홀수만 나오면 되는것이지?”

그녀의 손에서 하얀 주사위를 넘겨받는 남성. 손가락은 애처로울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그마한 운. 자신의 운명을 바꿀수 있는 운. 지금 그에게는 50%의 확률이라는 운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꿀꺽. 어지간히 긴장되는 모양인지 다시금 고인 침이 남자의 식도를 타고 넘어간다.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남자. 몇 번의 심호흡과 함께 그가 탁자위를 노려보며 주사위를 감싸쥔다. 순간 그는 환희의 웃음을 짓는다.

“내가 이겼다! 크하하하하하하!!”

그는 영리하게도 주사위를 탁자의 바로 위. 거의 1센티미터도 안되는 곳에서 떨어뜨린 것이다. 아니 살짝 놓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는 이제 살았다고 확신하며 광소한다. 운과는 상관없는 얄팍한 잔재주의 결과. 하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운이었다고, 사신이 자신에게 게임을 제안했을때부터 자신의 운이 움직인거라고 생각한다.

“하하하하핫. 살았어. 제길 살아남았단 말이다...으하하하하핫...?!!”

한껏 도취되어 웃던 남자는 무심코 자신의 눈앞의 여자를 힐긋 훔쳐본다. 경직되는 남자. 그녀는 여전히 싸늘한채 예의 그 시니컬한 미소를 입가에 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였다.

「쩌억!」

남자가 웃음을 지은지 찰나도 안되는 시간. 주사위를 떨어뜨리자 놀랍게도 탁자가 반으로 쪼개진 것이다. 그리고 쪼개진 탁자에서 떨어진 주사위는 데굴데굴 한참을 구르다가 멈췄다.

숫자 4(死)이다.

“호오~? 짝수가 나왔군?”

남자는 이제 사색이 되었다.

“자, 잠깐 나는 어쨌든 홀수가 나오게 던졌잖아! 그, 그리고 너!! 방금 탁자를 있는 힘껏 내려치지 않았나? 그것 때문이다! 이건 납득할 수 없는 결과야!! 다시, 다시 한번 기회를 줘!”

말을 더듬으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치는 남성. 하지만 눈 앞의 사신은 가차없다. 떨고 있는 남자의 등뒤에서 그녀가 죽음과 함께 친근하게 말을 건넨다.

“너의 ‘운’은 최후에 와서 그정도밖에 안되는거야.”

「푸확」

날카롭게 휘둘러진 낫에 의해 떨어져나가는 남자의 목. 이제 막 수로와 연결된 분수대처럼 세차게 뿜어져나오는 핏줄기의 향내를 맡으며 사신은 즐거운듯 돌아선다.

 

“아니, 운이었다고 볼 수 없겠어. 운이란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게 아니야. 아무리 성품 착한 운이라고해도 자신을 배신한 사내따위에게 윙크지을 필요는 없지~♪ 하지만 홀수가 정말로 나왔다고 쳐. 아마 그래도 넌 죽었을거야. 킥. 죽음은 모두를 사랑하거든.”

 

 

깔깔 웃으며 사라져가는 사신. 황량한 들판에는 여전히 시체만이 나뒹군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지만 「최후」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시간상의 가감이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닥쳐올 확실한 미래임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은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당신의 최후가 운명을 거스를지라도, 한번의 운이 때로는 죽음을 벗어나게 해줄지라도, 최후의 사신은 당신곁으로 찾아온다.

그 때를 언제라도 준비하는 것이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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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마감기간을 한참 지나버린 응모입니다. 죄송해요. 원래대로라면 어제 올릴수도 있었는데 누군가가 파일을 지워버렸더군요. 덕분에 내용이 꽤나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새로 쓴걸 보니 이건 아무리봐도 최후와의 그닥 연관이 없을듯한데...=_=;; 아아. 어찌되든 전 모르겠어요. 실력이 미천하여 테마가 바뀌어도 결국 작품에 품고 있는 주제는 변하지 않는듯해요. 제기..이런 다양성 없는 작가같으니...ㅠㅠ

사신 알바생 홍랑씨가 특별 찬조 출연. 뭐 원작에는 나온적 없고 기획단계에만 잡혀 있는 케릭터이긴 하지만. 어쨌든 본인으로서는 상당히 좋아하는 케릭터에요. 츤데레적 기질과 얀데레적 기질을 담뿍 담아 버무린 케릭.

누가 알아주냐?! <- (퍽)

다음은 소울콜렉터 9화를 써보거나...아니면 3회차에 응모할 수도 있겠군요. 글 끝에 있듯이 전 이 분위기로 계속 갈수도?! 베히르씨가 나와서 베르겔씨와 붕가붕가하는 장면을 그릴수도 있습니다. 베르겔씨 기대해주시길...(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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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올렸을 당시 소감.

역시 육포 작가 클럽인 3O.DTP CLUB의 2회차 응모작입니다. 아 그리고 아슈탈님에게 문의해본 결과 3O.DTP CLUB의 의미는


One Day / One Theme / One Page

입니다. 잘 이해안가시는 분은 대문자만 뜯어서 보시면 아실듯.....후후.

뭐, 이작품은 어찌보면 개인작품에 대한 개인 팬픽일수도 있는 그런 것으로 사실 딱히 주제성은 보지 않고 케릭터성에 중점을 뒀네요.

by 엘비앙 | 2008/10/16 21:05 | ◆ 단편소설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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